반응형
이른 초봄,
아직은 살짝 쌀쌀했던 저녁 산책길이었다.
조용히 걷고 있는데,
아들이 갑자기 앞을 가리키며 외친다.
"엄마, 저기 소원나무 있어. 소원 빌자~!"
장난인 줄 알고 웃으며 다가갔는데,
아들이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더니
입을 열었다.
"엄마랑 같이 살게 해주세요."
그 순간,
내가 빌려던 소원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
아들의 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.
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아들은
나를 바라보며 말했다.
"100점입니다~ 해줘야지!"
나도 웃으며
"100점입니다~"를 외쳤다.
그날 이후로, 아이는 나무를 볼 때마다 멈춰서
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소원을 빈다.
진심을 너무 쉽게 건네는 아이와,
그걸 듣고 마음이 조용히 무너졌다가 다시 따뜻해진 엄마.
짠하면서도,
너무 행복했던 산책길.
📎 곁에 있는 하루들 중, 가장 깊이 남은 하루.
반응형
'📖 엄마의 기록' 카테고리의 다른 글
“나 좀 사랑해줘~” 어느 날 아이가 툭 던진 말 (0) | 2025.04.19 |
---|---|
“엄마, 오늘 뭐가 재밌었어?” 그 말 한마디 (0) | 2025.04.18 |
"엄마가 이쁘게 말해줬음 좋겠어" — 오늘 저녁산책에서 배운 것 (0) | 2025.04.15 |
싱글맘의 밤 루틴 : 아이 재우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(0) | 2025.04.11 |
디지털 디톡스 : 인터넷 없이 살아본 하루의 기록 (0) | 2025.04.10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