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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신없이 하루가 흐르고 있었다.
쏟아지는 설거지,
바닥에 흩어진 장난감,
전자레인지 안에서 식어가는 점심.
아이와는 아침부터 몇 번 부딪혔다.
양말을 안 신겠다고,
물을 장난감에 붓겠다고,
그리고는 소파 위를 깡충깡충 뛰었다.
나는 참으려 했고,
결국 못 참고
"그만 좀 해."
목소리가 높아졌다.
아이도, 나도
잠깐 말을 멈췄다.
그런데 잠시 후,
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가
문득, 나를 힐끔 보더니
툭 내뱉었다.
“나 좀 사랑해줘~”
그 말.
정말 아무렇지 않게 나온 말인데,
내 심장엔 툭, 하고 부딪혔다.
순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.
그동안
얼마나 사랑한다고 말했는지
얼마나 안아주었는지
그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.
그 순간
‘지금의 너’는 내가 사랑해주길 바라고 있구나.
그냥 지금,
혼나지 않고,
얼굴 찌푸린 엄마가 아닌
부드럽게 웃는 엄마한테.
“사랑하고 있어. 지금도.”
나는 아이 옆에 앉아 그렇게 말해보았다.
작은 등을 쓸어주면서,
말보다 더 부드러운 손길로.
아이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,
그렇게 잠깐
세상이 멈춘 것처럼
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.
아이를 키운다는 건
매 순간 사랑하는 일인데
아이에게는 그게
‘지금, 여기’에서 느껴져야 비로소 사랑이 되는 거라는 걸
나는 가끔 잊는다.
‘사랑’은
과거형도, 미래형도 아닌
지금의 말과 행동이라는 걸
오늘 아이가 가르쳐주었다.
툭, 하고 던진 말로.
“나 좀 사랑해줘~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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