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이가 커피 냄새만 나도 인상부터 쓰는데,
저는 이상하게 매일 찾게 돼요.
그게 꼭 맥도날드 앞을 지날 때면 더 심해지더라고요.
계산기 두드리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된 지 오래예요.
지출이란 단어는 이제 거의 '아이 관련'으로만 자동 설정되고,
제 옷은 세일할 때 아니면 안 사고,
점심은 도시락으로 버티면서도...
근데 커피만큼은, 정말 안 줄여져요.
한때는 "이젠 집에서만 내려 마신다!" 하고 텀블러까지 샀는데,
아침마다 아이 챙기고,
유치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그 시간…
맥도날드 그 익숙한 향이 저를 그냥 끌어당겨요.
"그냥 오늘만 마실까?" 하면서도
결국 카드 꺼내요.
컵에 담긴 그 따뜻한 커피를 들고
"그래. 오늘도 버텨보자." 하고
한 모금 마시는 그 순간,
어깨가 조금은 덜 무너져요.
누군가에겐 사치고,
누군가에겐 습관이겠지만,
저에게 커피 한 잔은 '나를 챙기는 작은 증거'예요.
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10분.
웃기게도, 그 시간이 맥도날드 커피값으로 가능하다는 게
좀 웃기고…
참 감사해요.
물론 부담될 때도 있어요.
마트에서 장 본 영수증 보면서
손에 든 커피를 보면,
"내일은 안 마셔야지…" 하다가
다음 날 또 서 있는 나를 봐요.
그리고 이제는 알아요.
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.
커피를 마신다고
막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,
커피 한 잔쯤은 마시고도 괜찮다고
저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.
엄마이기 전에 나였으니까.
지금도 여전히,
그 '나'로 살아가는 중이니까요.
☕
참고로 저는 맥도날드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셔요.
진하고 쓰지만 묘하게 위로가 돼요.
아이 등원시키고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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